약효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유행성 출혈열 백신이 20년 넘게 사용되고 있어 감사원이 보건당국에 주의를 요구했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1990년 7월초에 ‘장기면역원성’(영구적 항체생성)에 대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이른 시일 내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유행성 출혈열 백신인 ‘한타박스’의 제조·판매를 허가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15년이 지난 2005년에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했다. 그러나 자료부실로 재시험 결정을 받고 2013년 12월 말에 임상시험 결과를 다시 제출했다. 

식약처는 검토결과 한타박스의 장기면역원성 임상시험이 실패한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한타박스의 허가를 취소하거나 판매 중단하지 않았다. 대신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한타박스를 대체할 약제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오는 2017년 8월 15일까지 39개월 안에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도록 조치해 사실상 한타박스의 허가를 연장해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3년간 117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193명이 한타박스를 접종하고서도 유행성 출혈열에 걸렸다. 

또, 한타박스는 유행성 출혈열에 대한 영구백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될 뿐 다른 나라에는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유행성 출혈열에 걸릴 위험이 큰 집단에만 한타박스를 접종하도록 해 주로 국방부와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서 95% 이상을 구매하고 있다.  

국방부는 연간 약 19억 원, 자치단체 보건소는 연간 10억 원 가량을 구매하고 있으며, 백신을 주로 접종하는 군인들(연평균 약 7만명)은 20년 넘게 계속 접종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타박스를 접종한 군인들은 21개월의 복무기간에 기본접종부터 추가접종 직전까지 13개월간 최대 28%에서 최소 3%밖에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식약처는 임상시험 등 허가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의약품을 허가하지 않도록 하는 등 허가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향후 임상시험 등 허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의약품은 허가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한다고 주의를 줬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한타박스의 대체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을 통해 위해보다는 이익이 월등하다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2017년 임상 재평가 때까지 제품 허가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유행성 출혈열은 신장 이상으로 혈액 속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감염병으로 등줄쥐 등 야생동물의 분변 등으로 전염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ㆍ    
출처; 오승호 기자, 메디컬투데이